언폴드나래 :: 제주도 자전거 여행 코스

Autumn breeze bike trip.

 

처음 해 본 자전거 여행. 4박 5일 280km.

얼굴은 타고, 손가락도 장갑 라인 따라 타고... 발목도 레깅스 라인따라 타고 -_-;;

다리는 땡땡 종아리는 퉁퉁... 이렇게 부어 버린것들이 내 살이 될까봐 두렵지만

누군가 내게 다시 또 자전거 여행을 할거냐고 묻는다면, 응! 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제주도는 이번 여행까지하면 7번째 오는데도 여전히 제주도를 다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매 번 여기서 살아볼까... 살고 싶다 생각하지만,

좋아하는걸 막 다 해 버리면 좋아하는게 사라질까봐

이렇게 조금씩 다녀가기로, 남겨두기로 한거다.

 

이번 여행은 남동생 면회가려다가 시작했는데,

남동생의 진로가 바껴써 혼자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됐다.

 

길치. 방향치. 자전거도 잘 타지 못하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매일 매일 바람 속에서 달리는 동안 행복했고, 좋았다.

포기할 수도 있었고, 버스를 탈 수도 있었고,

많은 선택이 있었지만... 그냥 계속 자전거를 탔다.

이상하게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자전거 위에 앉아 패달을 굴리면 재밌었다.

 

1일

1. 용두암-용담포구-신사수포구-도두봉-이호해수욕장 8km

2. 애월읍 하귀리 - 애월리 입구 11km

3. 귀덕-월령 (귀덕1리-귀덕 2리 포구-용운동포구-한림항-협재해수욕장-월령삼거리) 13.5km

4. 신창-용수 (신창리-풍력발전소-마지막 풍력발전기 - 용수포구) 6km

5. 고산-차귀도 포구 - 오렌지 다이어리(게스트하우스) 13km

 

 

첫째날 60km는 다닐만 했다.

개인적으로 귀덕-월령은 작년에 쫄깃센터에 머물면서 자전거 빌려타고 왔다갔다 한 구간이라 익숙하고 편했고,

신창-용수 구간이 마음에 들었다. 끝없이 보이는 풍력 발전기를 따라 달리는 이국적인 이 길이 영화같았다.

 

그리고 점점.... 길을 잃을거란 두려움이 사라질수록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또 지금 내게 주어진 순간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란걸 깨닫게 되었다.

 

 

2일.

1. 오렌지 다이어리 - 차귀도 포구 - 일과리 9.03 km

2. 모슬포항-하모 해수욕장- 상모해녀의 집-산이수동-사계해수욕장-산방산입구 10.5km

3. 중문관광단지 중문관광단지 입구 사거리 - 여미지 식물원-천제연폭포 20km

4. 서귀포 정방폭포 - 쇠소깍 - 공천포 (7~10km)

 

제일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고 하면 둘째날.

 

맞바람 불고... 자전거는 속도대로 안나가고 너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자전거 여행에서 제일 힘든건 오르막 길도 먼 길도 아니라 <맞바람>이란걸 알게 됐다.

 

2번 경로까지는 무리없이 왔는데(중간에 길 한 번 잃음)

3번으로 가는 길 하도 해수욕장 방면에서 길을 또 잃고,

무사히 찾아왔다 싶었는데 엄청 높은 길을 끌고 가는데 햇빛이 미치도록 뜨거웠다. 흑흑흑

 

왜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이 갈 길이 멀다가 걱정했는지 알것 같았다.

별로 힘들것 같지 않았는데... 길을 잃고, 맞바람을 만나고...

 

그래도 목적지까지 가야했다. 왜냐하면 저녁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상절리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었다 가려고했다.

 매점 아줌마께 이 해변 따라 가면 쇠소깍 나오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자전거 타고 왔냐며, 쇠소깍까지 가는 사람 많이 봤는데, 아마 오늘 안에 못 갈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순간 뻥졌지만, 그래도 나는 갈 길을 갔다.

 

그럴 무렵, 자전거 여행하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도 제주도 일주 중이었고, 몇 번의 일주 경험이 있는 제주도민이었다.

제주시에서 여기까지 왔다는데 기어코 날 따라 남원까지 가주겠단다.

커피도 사겠다며... 체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강정마을을 지나며 이 동네에 평화가 오게 했달라고 기도했고, 

곳곳에 적힌 문구들이 눈 발 위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마음에 남았다.

.

.

오후 5시 40분. 무사히 숙소 도착. 

 

친구네 가족이 게스트 앞에 와 있었다.

창 밖을 내다보니 익숙한 풍경. 중문으로 가고 있었다.

신라호텔에서 맛있는거 사주셨다. 내일은 안먹어도 될 정도로 :)

함께 한라산 가자고 하셨지만, 나는 나의 계획대로 나의 길을 갔다.

 

 

3일

1. 안녕메이 게스트하우스 ~ 송천교 14.08km

2. 세화-표선 6km

☆표선 해수욕장 - 김영갑갤러리 - 신산리 10.45km

3. 신산리~일출봉 19km

4. 성산항 - 우도 들어가기

 

어제 여행하다 만난 한 남자와 함께 출발했다.

나는 김영갑 갤러리에 간다고 하니, 거긴 산이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갈 계획이었다.

처음 제주도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기때문에 제주도에 오면 매일 들리는 곳이다.

나는 그렇다.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한다.

어쩄든 자전거로 찾아가면 더 색다를것 같았다.

마침, 개관 10주년展 - 바람 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었다.

이번 나의 여행 컨셉이 가을 바람인데....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길이 달랐기에... 나중에 우도에서 보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그런데 코스마다 그 남자와 만났다. 

넌 산으로 안가고 왜 해안도로로 오냐고, 왜이렇게 빨리 달리냐고

천천히 달리라고 남자보다 자전거를 잘 타면 안된다고...

흠;; 나는 길이 좋았고, 바람이 안불었는데... 그리고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표선에서 삼달2방향으로 가야하는건데.... 그러다 같이 김영갑 갤러리까지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전공 수업에서 사진을 배웠을 때, 내 손에 들고  있었던 책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아저씨의 책이었다. 김영갑 아저씨의 삶을 담은 에세이였는데 그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었다. 삶에 대한 의지,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제주도에 홀리게 한 걸까... 필름 값이 없어서 밥도 굶고, 라면으로 밥을 때우고 잘 곳이 없었는데도 왜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는지.... 그럼에도 살게하는 제주도... 그에게 있어서의 사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진을 처음 배우고 사진이 좋았던 내가 진지하게 가져본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름, 꾸며지고 있는 갤러리에 찾아가기로 했다.제주도 사람들도 김영갑 갤러리를 잘 몰랐을 때이다. 지금보다 덜꾸며진 그 곳에서 보았던 그 곳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한사람의 生이 고스란히 있는것 같았다.

내겐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함께 온 이 남자는 정말 하지 말아야할 말을 했다. "솔직히 이거 앵글만 잘 잡으면 나도 찍겠다고..." 그 말에 나는 분노했다. (성질) 그냥 가만히 입다물고 듣고 있어도 됐지만 참을 수 없었다. "이건!!!!!!! 앵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예요!" "마음의 문제라고 하면 뭐라 할 수 없지만, 저 사진 배추밭에 햇빛 비칠때 직으면 된다고...." 너무 너무 화가나서 더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다 안다고 덤벼드는 인간의 유형을 제일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아니 아니면 이 상황을 그냥 릴렉스 하게 받아 드릴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여유가 없었을까 하고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고 넘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도에서 만났고,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지만... 나는 그것 또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커피숍에 앉아서 여행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마음은 어쩐지 불편했지만,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우도봉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여자와 함께 새벽부터 서둘렀다.

이 여자는 8월부터 내려와 추워졌는데 옷이 없어서 어떡해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겹겹이 옷을 입고 우린 우도봉으로 갔다.

해뜨는 것을 기다리며.. 정말 수억년 만에 보는 해를...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색다르게 맞이 하기 위해 해를 기다리는데 아줌마 아저씨들이 삼각대를 세워들고,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뷰가 글렀다는거다.

사람들은 기대하는 이미지를 늘 그려놓고 그렇게 되기만 바라는 걸까.

 

나는 구름에 살짝 살짝 비치는 해도 너무 예뻤고, 빨간 해가 구름을 해치고 뜨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게

너무 설레였는데.... 너무 쉽게 내려가 버리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제 오늘 불편하다....

 

 

4일.

1. 우도 - 성산일출봉

2. 성산일출봉 - 세화 15km

(성산일출봉 - 송난포구- 종달두문포구-토끼섬입구-별방진성-세화해수욕장)

3. 세화해수욕장 - 비자림 8.09km

4. 비자림 - 써니허니게스트하우스  5km

 

우도에서 나와 성산일출봉을 지나 토끼섬 입구에서 마이클을 만났다.

그는 캐나다 사람이고, 자전거 디자이너라고 했다. 

한국에 티타늄이 싸서 와 있고 튜브를 만들어 캐나다 자기 회사로 보낸다고 했다.

 

그는 여행 계획이 없이 그냥 바람따라 움직였다. 밤이 되면 캠핑하고

어제는 캠핑장에 노루가 왔다고, 사진을 찍으려니 도망갔다며 재밌는 얘기를 해줬다.

어마어마한 키에 웃는게 귀여운 마이클... 영어 쓰는건 좀 머리 아프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잘 소개해 주고 싶었다.

 

마이클은 나의 계획에 맞춰 같이 비자림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나는 비자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지 않고,

게스트하우스에 자전거를 맡기고 버스타고 비자림 가려고 했는데..

결국 자전거를 타고 갔다.

 

평지만 달리다가 중산간 도로까지

끝없는 오르막길을 달리는데 정말 마이클이 없었다면 나는 끌고 갔을거다.

 

마이클은 달리는 내내 내일은 내리막길이라고 힘내라고. 언제든 쉬어가도 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너를 만나 행복하고 기쁘다고 끊임없이 좋다고 했다.

그게 고마웠고, 재밌었다.

 

써니허니게스트하우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일주일 이상은 밍기적 거리고 싶을 만큼 편한 게스트 하우스였다.

커플이 하는줄 알았는데 동생과 형이 하고 있었다. 친절하고 깨끗했다.

(무엇보다 나는 침대에 커튼 있는거 진짜 좋았다)

 

 

5일.

1. 써니허니게스트 하우스 - 평대리 9.79 km

2. 평대리-행원 풍력발전소 - 월정해수욕장 - 김녕해수욕장 8.75km

3. 함덕 - 조천 5km

4. 함덕해수욕장 - 용두암 하이킹

 

 

다음날 함께 김영갑 아저씨가 좋아했던 <용눈이 오름>에 갔다.

용눈이의 능선이 아름다웠다. 
 

아침을 먹고, 다시 제주시로 출발! 벌써 돌아가는 날이람!

마이클에게 나는 힘드니까 easy course로 가자고, 나는 느리니까 너는 빨리 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 다운 길을 만났다.

중산간에서 쭉~ 내려가는 20k가 넘는 끝없이 내려가는 내리막길. 울창한 숲. 그리고 공중의 새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어제는 오르막이었는데... 오늘은 내리막 길.

 

돌아가는 비행기는 9시인데,

제주시에는 2시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서울로 보내 놓았다.

 

혼자 이고 싶었는데 많은 이들을 만났고, 또 그속에서 즐거웠다.

 

_

돌아와서 피부과에 갔다.

탄 내 얼굴의 영문을 물으시길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했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은 잘했다고,,,

피부가 이모양이 되서 나는 울상지었더니 그것과 피부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그 짧은 순간이 소중한 추억과 삶이 되었을거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어린 아이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칭얼되지만,

어른들은 멀리 보는구나 생각했다.

 

.

.

.

또 여행이 가고 싶다.

곧 다시 한 번.

 

달린경로 BikeMate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