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폴드나래 :: 내가 버린 여자

내가 버린 여자

Soul List 2013.09.24 12:50

엔도슈사쿠의 <침묵>이후 읽게 된 그의 소설. 

선과 악. 고통의 문제 등 인간 군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약한 삶을 

<미츠><요시오카>가 되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즘 들어 더 많이 인정하게 되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일에는 우연이 없다는 것이다.

만남도, 선택도, 아픔도, 고통도, 내게 주어진 오늘 마저도...

그래서 오늘 울더라도 내일은 기쁜 날이 올거다.

 

미츠가 안타까웠지만, 대놓고 쓴소리할 형편도 못된다. 나도 참 잘하며 사는게 없으니까.

요시오카 이녀석 혼내주고 싶지만 너도 아빠가 되고 인간이 되어가며 깨닫게 되겠지. 미츠의 진심을....

또 지난 너의 부끄러운 철없던 날을 부디 진심으로 반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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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한다는 것은 당시 학생들 사이의 은어로, 거북이가 토끼를 뒤쫓듯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닌다는 말이었다.33p

 

'책임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너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결부시키는 거야. 그리고 나의 십자가는 그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107p

 

그러나 나는 몰랐다. 우리 인생에 있어 타인에게 끼친 행위는, 어느 것이건 태양 아래 얼음이 녹듯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그 상대에게서 멀어져 전혀 생각지 않게 되더라도, 우리의 행위는 마음속 깊이 흔적을 남긴다는 점을 몰랐다. 124p

 

불행할 때는 잠자는 것이 좋다고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잠자는 것...... 잠들면 괴로운 것도 고통스러운것도 모두 잊어버린다. 모든 것을 잊고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p

 

갑자기 가슴 밑바닥에서, 그렇다. 미츠의 작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솟구쳐 올라왔다. 이 슬비가 내리는 신주쿠의 군중 속에서, 아니, 인생이라는 길 가운데서 자신은 외톨이고, 그뿐 아니라 병든 개보다도 더비참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지하도 벽에 기대어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돌아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울었다. 미츠는 괴로웠다. 고통스르웠다. 208p

 

외톨이란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과도 이제는 이별을 고하는 것이었다. 218p

 

"먹어야 해요. 용기를 내야 해요. 여기서는 모두들 싸워야 해요. 바로 자신과 싸우는 곳지요."

"모두들 이곳에서는 같은 운명을 서로 나누고 있는 거예요. 운명만이 아니죠. 고통과 괴로움을 서로 나누고 있어요." 227p

 

"고통스러운 것은 몸 때문이 아니에요. 2년 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깨달은 건데요. 고통스러운 것은...... 이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견뎌내는 거예요."

하지만 미치는 다에코가 자신에게 타이르는 듯 중얼거린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이불 테두리를 손으로 붙잡으며, 병원을 에워싼 어둠의 깊이를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어둠에도 소리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것은 가지와 잎사귀에 묻은 빗방울을 떨구는 잡목 숲의 술렁거리는 소리나 산비둘기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어둠의 소리라는 것은 정적에 가깝긴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다르며, 이런 밤에 고독에 처한 사람의 심장 고동소리만이 뚜렷하게 들린다는 그것이었다. 231p

 

체념과 인내의 깊은 주름이 그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259p

 

어떤 세계에 살더라도 사람들은 초라한 일상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262p

 

미츠가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은, 이 고통의 의미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미츠로서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늘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인간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주님 역시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계신다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 어떤 고통도 고독으로 인한 절망감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신 혼자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생각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설혹 사막에 홀로 있을지라도 혼자만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고통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296p

 

만일 미츠가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스쳐지나간 것이 있다면 거기엔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남다는다는 사실일까? 3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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