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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여자의 일기장 2013.04.15
  2. 그 여자의 일기장 2013.03.13
  3. 잘 지내나요. 2012.01.10
여자는 제법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쳤다는 말을 들을만큼 일에도 빠져 보았고
원없이 여행을 할 때에도 있었다.
생일이 있는 달에는 한 달 내내 파티가 이어졌고
우는 날도 있었지만, 웃는 날이 훨씬 많았다.
...
그래서 여자는 자주 말했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그러나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잠 드는 일,
그것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랑은 자꾸 여자를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반복되는 이별 속에서 여자는 마음을 접었다.


그때, 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랑했지만 그 역시 자주 떠났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반드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림은 불안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믿고 있으면,
남자가 돌아와 여자의 길어진 머리를 쓸어 넘겨 주었다.

오늘 여자는 먼 나라에 가 있는 남자가 그리워
가만히 마음을 남자에게로 향해 보냈다.
잠시 후 놀랍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보고 싶어서,
라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웃었다.

돌아와 그녀는 일기장에 적었다.
'사랑이란, 보고 싶으면 달려가서 안는 것만이 아니다. 있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사랑이란 피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공기 중에 있는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뜻해진다.'



장윤주의 옥탑방, 그 여자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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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고 싶을 때도
웃어야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 주저앉고 싶을 때조차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써야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옛 연인의 소식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 날의 일을 다 해내야 하는 것이다.


오랫만에 전화가 걸려온
그는 잘 지내고 있었다.
스마트폰 어플 속 사진에는 그의 웃는 얼굴이 많았다.

그녀 이후, 또 다른 좋은 사람이 있었으나
여러 달 전에 헤어진 것 같았다.
이어지는 이별에도 그의 얼굴은 건강했다.

여전히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강을 따라 달렸고
그 때나 지금이나 친구가 많았다.

자신이 없어도 그의 삶이 여전하고
또 한 번 사랑을 더 잃어도
그가 여전히 웃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
무척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자는 시간에 쫓기는 중이었다.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고
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순간의 감정은 서둘러
물 한 잔에 흘려 보내고
다시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슴 안에 이별을 쌓아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는 일이겠지.



장윤주의 옥탑방, 그 여자의 일기장

잘 지내나요.

Radio Kids 2012.01.10 23:18

잘……. 지내나요?

 

믿지 않으면 길이 힘들어진다고 당신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던 당신은 자주 긴 길을 떠나였고

짐을 챙겨주며 나는 묻곤 했어요.

 

낯선 사람들이 무섭지 않냐고.

당신은 여행 중에 도둑맞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집시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가곤 하였다고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던 이야기도 해주었죠.

눈을 떠보니 이어폰은 귀에 꽂혀 있는데 엠피쓰리 플레이어가 사라진 채였다며

당신은 웃었어요.

하지만 그 똑같은 일을 당신 친구는 서울에서 당하기도 하였다고.

 

사람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길이란 언제나 위험하고

사고란 어디에도 있는 법이니

차라리 믿는 쪽을 택하겠다고 당신은 말하였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걷는 길 조금 더 즐거울 테니까

 

그런 당신이 나는 참 믿음직하였습니다.

 

나를 두고 먼 길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인 것을 모르고

바보처럼 여전히 당신을 믿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말하였습니다.

이제 그만 꿈에서 깨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친구들을 따라 당신을 미워해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당신을 닮아버렸는지 믿지 않는 것이 믿는 것보다 더 힘이 들어서

당신 말처럼 믿지 않으면 길이 힘들어져서

잘못된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믿기로 하였습니다.

 

그저 인연이 아니었을 뿐

좋은 사람이었다고 믿을게요. 잘 지내요. 이 나쁜 사람

 

  야간비행_201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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